2011/10/31 02:52

죄와 벌. 생각 중




사람은 결코 상처를 받으면서 사는 것 만은 아니다.
아마 우리는 상처 받는만큼, 아니 그 보다 더 많이 찌르고 살고 있다.



대학 신입 시절 만났던 민희는 무척이나 착한 인상의 아이었다.
처음 그녀와 친해진 건, 신입생 환영회 자리.
궤짝으로 쌓아놓고 술을 먹던 그 자리에서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된 그녀를 데리고 바람을 쐬자고 밖으로 손을 잡고 나갔다.
그리고 처음 그녀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친구란 이름으로 모르는 척 했다.
대학교 1학년 첫 학기가 끝이 나고, 방학이 왔다. 아마 그 때였을꺼다.
그녀가 완전히 적극적으로 변했던 것은.

전처럼 많이 만날 수 없었던 게 꽤 서운했던지, 그녀는 함께 술을 마시다가 
상기된 목소리로 고백을 했다.

"나 보고 싶지 않아? 청년아.. 너 나 안보고 싶었어?? 나는.. 나는..."

살며시 눈물을 보이는 그녀가 밉지 않았다. 귀여웠다. 충분히 매력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민희와 연애를 시작했다.

삼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나는 민희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쁜 놈이 되는 게 싫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절대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여자들을 몰래 만나고 다녔고, 그녀의 전화는 한 번에 받지 않는 게 대다수였다.
나에게 민희는 꽤 귀찮은 족쇄가 됐다.
연애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언제나 더 많이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더 많이 사랑받는 사람은 언제나 그 사랑을 부담스럽게 느낀다.

결국 우리의 연애는 외로웠던 그녀가 바람을 피면서 끝이 났다.
더 나쁜 진심은. 군인 시절임에도 민희와 헤어졌을때, 나는 기뻤다.

끔찍한 일이지만, 나는 그 헤어짐을 꽤 오래 기다렸으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나의 죄를 오래지않아 뉘우쳤다.
사람이 다른 누구를 좋아할 때에 얼마나 힘이 드는지 직접 겪고 보니까.
나는 내가 치사한 놈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그녀와는 지금 편하게 친구로, 아니 동기사이로 일 년에 서너번 보며 지내고 있다.




상처받은 것에 마냥 아파하기 전에, 상처를 줬던 그 때를 생각해보면 '그저 벌을 받은 거구나' 싶다.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죄를 지을 거고, 또 그 벌을 받을 거다.
다만 같은 짓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조금은 더 처세술을 늘리고저하는 스물 일곱, 은둔 게이 청년이다.








덧. 그래도 김용석 케이스는 아무래도 벌도 아님. 그건 그냥 걔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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