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하는 동생인 기윤과 술을 마셨다.
항정살을 맛있게 굽고, 소맥 몇 잔을 마신 뒤 소주병을 서너개쯤 쓰러뜨렸다.
"형, 저는요.."
"시끄러. 븅신아. 니는 멀었어."
전에 만나던 사람과의 끈을 끊지 못해 질질 거리던 놈이 탐탁치 않았다.
싫다는 소리를 하면서도 결국 전화를 받고 또 만나러 가는기윤이가 멍청해보였다.
"착한 게 아니라 넌 병신 짓 하는 거야, 임마."
"알아요, 저도.."
"술 먹어, 이 새꺄."
꼴깍 꼴깍.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주 소리가 시끄러운 대폿집에서도 잘만 들렸다.
알딸딸하게 술이 취한 채 고깃집을 빠져나왔다.
탑골공원 뒤를 지나갈 즈음, 기윤이 녀석이 내 손을 쥐어잡았다.
"야, 나 이런 거 싫어해."
"네.. 근데 그냥 오늘은 좀 잡아주세요.."
".. 알았다."
자연스레 깍지를 껴오는 기윤이의 작고 축축한 손이 귀여웠다. 헤죽거리며 웃는 모습이 아릿했다. 그가 겹쳐보이기 시작해서 무섭기도 했다. 기윤이의 표정은 헤어질 때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던 그의 표정과 닮아있었다.
상대를 겹쳐서 보는 게 가장 멍청한 짓이건만!
술 때문이었을까. 나는 기윤이를 꼭 안아주었고, 그렇게 한 참을 그 곳에 서 있었다.
징징거리던 기윤이 놈을 택시태워 보내고 혼자 야구장으로 올라갔다.
"훅!!" "휙!!" "깡!!"
요란한 소리를 내는 그곳에서 마음의 짐을 날렸다. 세 개 중 하나 정도 쳐내면서 가라앉기 시작했다.
'나 취한 거 맞구나. 다행이네.'
큰 손을 가진 터라 야구장에 놓여진 목장갑도 작았다. 기윤이의 손도 작았다. 그리고 나도 많이 작다는 걸 알았다.
집으로 돌아와 혼자 옥상에 앉았다. 여름 냄새가 밴 바람에 술기운이 날아갔다. 그렇게 잠깐의 설렘도 함께 날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