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6 04:19

순환적 구성. 일상

새벽에 잠이 드는 건 일상이 되었다. 이 시간에 하는 짓이 공부면 좋으련만 주로 게임, 유투브, 각종 커뮤니티 눈팅 정도다. 태블릿으로 가끔 책도 읽긴 하지만, 놀고 먹는 처지라서 그런지 잡지책을 더 보는 것 같다. 놀고 먹고 즐길 거리가 눈 앞에 압축되어 펼쳐지는 페이지들의 향연이라니. 대리만족으론 굉장한 콘텐츠다. 태블릿은 정말 훌륭하게 잡지책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눈을 뜨는 시각은 오전 10시. 낑낑거리는 강아지소리에 주로 잠에서 깬다. 7시에 먹었을 아침밥이 다 소화될 타이밍인듯 하다. 방문 앞에서 낑낑거리며 나무문을 긁는 모양새가 여간 예쁜 게 아닌지라 기분은 좋게 일어난다.

강아지 식사를 챙긴 후 아침 아닌 아침 산책을 함께 하고 집으로 들어와 끼니를 챙긴다. 나갈 채비를 마친 후 학원으로 직행. 몇 시간여의 수업을 마치고 나면, 보통 퇴근시간 보다 살짝 이른 때다.

'오늘은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지만, 연락을 해봤자 썩 기분 좋은 답변을 듣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전원버튼을 다시 누른다. 회사일에 치여 사는 그네들의 속사정을 그 누구보다 절절히 알기에 서운함은 별로 없다. 미리 약속을 잡고 만남을 가지기엔, 그냥 내가 한심해서 선뜻 말을 못할 뿐이다.

집으로 가서 과제와 공부나 하자는 생각으로 버스에 오르지만, 그 생각은 버스 하차와 동시에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머릿속에는 '돼지갈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냉장고를 열어 돼지고기를 찾는다. 다행히 얼마전에 들여놓은 삼겹살이 냉장실에 있다. 간장, 마늘, 양파, 청주, 설탕, 생강, 매실청 등등을 냄비에 들이붓고 끓여 삼겹살을 조려내서 얼추 '돼지갈비'에 대한 욕구는 충족시켰다.

저녁 운동을 다녀온 후 강아지와 가볍게 집 근처 산책을 마친 후 몸을 씻는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인터넷강의로 정말 간략히 복습한다. 재생속도를 조절할 수 없어서 답답한 마음이 늘 굴뚝같다. 그렇게 노트북을 붙들고 몇 시간이 흘러버린다. 자정이 넘어갈 쯤, 공부방의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온다. 침대위에 널부러져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번갈아가며 가지고 논다. 그렇게 또 새벽 네 시가 넘었다.


2013/07/02 03:18

백수놀이. 일상

아직은 제대로 된 구직활동을 못하고 있다.
토익 점수도 다시 준비해야하고. 이것 저것 맞춰야 하는 게 꽤 많이 늘어났다. 웃긴 건 어딘가 새 목표가 생겨서 그것을 향해 달리는 게 전혀 아니라는 사실.
무엇을 위해 퇴사를 했는지 새까맣게 잊어버린 기분이다.

늦잠을 실컷 잘 수 있는 혜택이 있으므로 아침 해가 뜨는 걸 보고 자기 일쑤. 티비방에 앉아 하루종일 틀어놓고 들어오지도 않는 내용들을 멍하니 보고 있기도 한다. 채널을 수없이 왔다갔다 하던 누나의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며칠 간 하루종일 티비를 봤더니 수긍이 됐다.

학원은 대충 대충 다니고 있고, 술은 끊었다.
백수의 혜택은 자유로움이었지만, 불편함은 눈치였다. 백수 주제에 술이나 퍼먹고 돌아다니는 아들이 부모님 눈에 예뻐보일리 만무하지않은가. 망가진 위장 문제도 있고, 병원의 권유를 받아 벌써 3주째 금주를 이어가고 있다.
얼마나 더 갈 지 모르겠지만.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금전적인 문제다.
나가는 돈은 똑같은데, 아니 되레 더 많아졌는데 들어오는 돈이 줄어드니 쌓인 돈은 방류라도 된 듯 잘도 사라지고 있다. 올 겨울까진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취직을 해야겠구나 싶은 가장 큰 이유가, 금전적으로 버틸 여력이 더도 덜도 말고 딱 6개월 정도 뿐이라는 것.

무료하다. 심심하다. 지루하다.
스트레스는 꽤 받고 있는 모양인지 위는 아직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몸무게는 다행히도 줄었다. 운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아서 배는 쳐지고 있다는 게 우스울 따름이다.


2013/05/27 02:00

퇴사. 일상


퇴사를 결심했다. 팀장에게 공표를 했고 윗선까지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사흘 남짓이었다.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정리되는데 걸린 시간이 겨우 삼 일이라는 게 조금은 허무했다.

아쉬워하는 팀원들과 진한 송별회를 치루며 지난 주말을 보냈다. 처음 일을 함께 시작한 동기들과는 막상 제대로 된 송별회조차 치루지 못했다. 막역할 줄 알았던 그 때의 시작과 지금의 끝은 매우 다른 주소를 가진 듯 하다.


온전히 백수가 되는 게 무서워 아직은 주변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했다. 내일은 짐정리를 하러 회사에 들러야하지만, 막상 앞으로 저녁 때마다 불러낼 지인들의 메신저와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걱정이다.

"청년아, 나 너네 회사 근처에서 미팅 끝내고 바로 퇴근할건데 너 몇 시에 나오냐?"

지난 목요일에 받은 메세지다. 나는 바쁘다는 말로 대답을 돌렸다. 백수가 된다는 건 아직 좀 무섭다.

그리고 다시 구직을 시작해야한다는 것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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